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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차차차'

[상상 더하기] 반차별의 언어화: 과감한 시도, 조촐한 출발
[1호] 반차별, 작성일 : 09-05-30 03:56 / 조회 : 4,447
 상상더하기 리뷰.txt (4.7K) [26] DATE : 2009-05-30 11:45:24
[상상더하기] 

 반차별언어화:과감한 시도, 조촐한 출발




지난 4월 10일 오후, 올해의 첫 상상더하기가 열렸다. 이번 상상더하기는 지난해에 있었던 네 차례의 상상더하기와는 다른 형식으로 치러졌는데, 이 날의 상상더하기는 반차별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 사이의 소통에 더 무게를 두고 이루어진, 소위 참여단체들을 위한 ‘내부용’ 상상더하기였다.


2009년이 시작되면서 반차별공동행동에서는 “반차별 운동이란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이때의 ‘반차별’을 우리는 어떻게 언어화하면서 운동을 해 나갈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다. 작년 활동들에 대해 비판적이고 자성적으로 평가를 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들은 무엇을 운동하려 하고, 어떻게 운동하려 하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석 달여 간의 고민 끝에 “반차별을 언어화하자”라는 문구가 끄집어 나왔다. 나는 이 문구에 반차별공동행동이라는 연대체의 이름에도 포함되어 있기도 한 ‘반차별’이란 말이 무엇인지, 이를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말로 바꾸면서도 대중과 소통하려는 욕구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라는, 어쩌면 너무 원론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껏 너무 당연시하여 제대로 짚고 가지 못한 질문들이 담겨져 있다고 본다.


이번 상상더하기를 기획하고 준비하던 과정은 이 고민을 풀어가는 첫 단추의 역할과 같다고 여겨진다. 이미 합의하고 있다고 가정된 채 미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지내왔던 ‘반차별’의 가치를 “이게 뭔데?”라고 대놓고 묻는 것으로 말이다. 조야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차별에 반대하기 위해 모였어!”라고 한 자리에 모였다가, “근데 니가 생각하는 반차별의 뜻이 내 꺼랑 같아?”라고 묻게 된 것이리라. 이러한 논의가 앞으로 어떻게 귀결될지는 모르겠다. 아직 결론으로 상정된 것은 없다. 어쩌면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재차 반복하다가 끝날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운동의 패러다임이 생겨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으리라. 물론 나 후자가 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지만 말이다.


내부 상상더하기를 기획하게 된 맥락을 설명하다 보니 서론의 얘기가 길어진 감이 있지만, 어쨌든 이번 상상더하기는; 1) ‘그 동안 반차별은 어떤 지향성을 가진 운동으로 고민되어져 왔는가?’, 2) ‘차별을 이야기하면서 왜 피해를 이야기 하는가?’, 3) ‘그렇다면 우리는 피해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라는 세 차례에 걸친 시리즈 논의 중 고민의 시발점이 되는 첫 번째 주제를 다룬 자리였다.



일란 님이 요약 발제한 글 「한국사회의 차별구조와 반차별 운동」(박건, 2006)의 주요 키워드인 ‘분배/인정 패러다임’이 내포한 의미들은 소위 운동판 근처에 있었던 사람에게는 친숙한 것들이기는 하다. 지금껏 사회적 불평등의 관점에서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방식이 중시되어왔다고 한다면, 이제는 관계망 속에서 상호인정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박건 님 논문의 주장은 ‘형식적 평등만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의미화하고 사회관계의 맥락 속에서 이를 담보한 실질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새삼 깨닫게 되는 점은 이 당연함을 의미화하고 언어로 표현하여 재조명시키는 일은 쉬운 일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례로 석진 님의 발언 중 “차별과 인권은 서로 독립적인 이야기지만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다”는 ‘차별과 인권 간의 복잡 미묘한 관계에 대한 논의 과정들’에 대한 얘기라든지, 김상희 님이 예를 든 “그렇게 열심히 투쟁해서 지하철 엘리베이터라는 성과를 얻어냈지만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려 하면 ‘집에나 있지 나와서 복잡하게 한다”고 핀잔을 듣는 사례 등은 분배 패러다임과 인정 패러다임 간의 복잡한 관계를 드러내주는 좋은 예들이기도 하면서, 나아가 차별, 반차별, 반차별 운동을 언어화함에 있어 중요한 점은 (개념적 논의만이 아니라) 운동의 실천 속에서 각 주체들의 맥락과 사회적 구조들을 동시에 살펴보고 그 복잡한 관계망들을 모두 고려해야 함을 주지케 한다. 그래서 “반차별을 언어화하자” 역시 개념의 문제가 아니라 감수성의 문제이자 담론투쟁의 문제에서 출발하자는 얘기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를 언어화한다는 것, 이미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우리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고 그에 익숙하다고 여겨지는 무언가를 새로운 것 마냥 다가가려 시도한다는 것은 예상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겐 이번 상상더하기의 자리는 새삼 각오를 다지게 되는 자리였다. 더군다나 이러한 시도를 하는 공간이 반차별공동행동이라는 여러 단체들과 활동가들이 모여 있는 연대체의 형식을 지니는 공간이기에, 이 시도는 각 운동주체들이 공통의 지반과 방향성을 찾는 기나긴 작업이 될 것 같다. 이때의 공통지반은 각기 다른 운동 지형을 지닌 단체들이 동일한 문구의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즉, 사업의 성과물이나 사안의 시급성에 매몰되지 않고 감수성의 벡터를 찾는 형태이자 이 감수성을 실천할 수 있게 하는 상상력의 발현으로 말이다.


작년 8월에 있었던 상상더하기에 대한 웹진 차차차의 리뷰에는 “이름부터 묵직한 ‘반차별’”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번 상상더하기는 그 묵직함을 체감해보려는, 그 무게를 짊어진 짐이 아니라 우리의 언어로 새로 구성해보려는 과감한 시도의 조촐한 출발인 듯하다. 그리고 이 시도는 지금까지 각자의 위치와 영역에서 해 왔던 운동들에 대해 자성하게 만든다. “반차별을 언어화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해온 운동은 대체 어떤 거지?”하고 말이다. 다음 번 상상더하기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김준우(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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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별 09-06-12 13:04  
준우리라님 ㅋㅋ
상상더하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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