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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차차차'

[반차별 용어사전] 모텔
[1호] 반차별, 작성일 : 09-05-30 02:21 / 조회 : 4,055
 용어사전 모텔 혹은 여관.txt (7.1K) [28] DATE : 2009-05-30 11:45:49



[반차별 용어사전]

         모텔 혹은 여관



★ 남성 동성애자의 [모텔 혹은 여관]
남성동성애자들에게도 여관이란 하룻밤 숙박하는 곳을 말한다. 단, 혼자 자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혼자서 잤다고 말하면 우스개 소리로 비오는 날 종로 대로를 머리에 꽃 꼬고 돌아다녔다는 말을 듣는다. 한마디로 미친 짓이라는 표현이다. 남성동성애자들이 주말이면 자신들의 거리라고 말하는 종로3가 여관들-이제는 모텔이 더 적당하겠지만 말이다-이 밀집해 있는 곳은,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는 그들이 주인이다. 어떤 동성애자는 모텔에 쌓은 포인트로 하룻밤 특실에서 묵을 정도이니 말이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남자둘이 들어가기 쑥스러워 한명이 먼저 들어가고 5분 정도 있다 한명이 들어가곤 했는데, 이제는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더 많다.-이것을 발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일요일 아침에는 등산 가방을 멘 중년의 이성애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꼭 솔로인 게이들만 모텔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오랜 된 연인들 중에서도 주말에 모텔을 이용하는 이들이 꽤 많다. 여전한 가족주의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조차 말하지 못한 이들이 자신들의 연인을 소개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보니 그들이 서로의 집으로 방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만나 집이 아닌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그리곤 일요일 아침 등산 가방을 멘 중년의 이성애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성정체성과 별개로 같은 화장품 냄새가 풍기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종로의 욕망도 한풀 꺽이는 듯하다. 그렇게 종로3가는 새로운 일주일을 맞이한다. 

                                                                              이쁜이

   
                                                                       

청소년의 [모텔 혹은 여관]
여관, 모텔 등 숙박시설은 청소년들에게? 한 청소년이 이렇게 대꾸한다. "먼 산", "그림의 떡". 그렇다. 먼 산이고, 그림의 떡이다. 거리를 나가보면 휘황찬란한 모텔, 여관 불빛들이 눈도 아프게 번쩍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번쩍번쩍한 모텔들이 서있으면 뭐하나.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인데. 일단 문을 들어서면 보이지 않는가? 19세 미만 출입금지. '19세 미만'인 청소년들에게 여관 등의 숙박시설은 먼 산이다. 그럼 이쯤에서 스리슬쩍 의문이 생긴다. 왜 청소년은 출입금지야? 왜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야? 그에 대한 대답을 들어보고, 자세히 들여다보겠다.

* 첫 번째로 돌아올 법한 대답 : "어허, 애들이 안에 들어가서 무슨 짓을 하려고! 너네는 아직 몰라도 돼. 나중에 크면 와라, 알았지?" 비청소년들(성인들)에게도 하루정도 머물 곳이 필요할 수 있는 것처럼, 청소년들 또한 머물 곳이 필요하다. 아니면, 청소년들에게도 정말 섹스 할 공간이 잠시나마 필요할 수도 있다. 청소년들 또한 비청소년들과 똑같이 성욕구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기 때문. "사실 여관에서 성매매도 많이 일어나기도 하고, 무튼 위험해서 그래!"라고? 이런... 성매매 또는 성매매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문제이지 청소년이 문제일까?

* 두 번째로 돌아올 법한 대답 : "애들이 밤중에 싸돌아다니긴! 집에 들어가서 자야지!"
청소년은 학교와 가정에'만' 있어야한다는 인식도 문제지만, 혹시 청소년을 이 사회에 알맞은 충실한 자원으로 잘 쓰이게 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마음 깊은 곳에서 출렁이고 있진 않는지 되묻고 싶다. 아, 그리고 또 있다. 밖이 위험하다고들 하지만 실은 집이 더 위험한 현실. 왜 집이 더 위험하냐고? 달콤한 말들로 포장된 집 안에서 청소년들은 폭력에 노출되기 쉽다. '사적인 공간'인 집에서 오히려 체벌이나 부모의 권력을 통한 언어적 폭력이 별 문제의식 없이 쉽게 일어난다. 그것은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집에서 '내' 자식에게 '내맘'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들 쉽게 말하고 생각하니까.('내 자식 내 맘대로' 한다니. 청소년은 부모들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한 마디 하고 싶지만 이건 일단 넘어가고.) 아, 그럼 청소년 쉼터나 보호시설에 가 있으면 되지 않겠냐고? 어쩐다. 그런 시설들도 대부분 짧은 기간밖에 있지 못하거나, 친권자들의 승인, 가정에서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경우엔 '본인을 폭행하는 부모'에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런 시설들은 수도 부족하고 생활환경도 열악하거나 규제 투성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런 시설에 있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먼 산', '그림의 떡'. 어쩌면 청소년들에게 숙박시설은 그만큼 더 절실하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난다                              


여성노숙인 미미씨의 [모텔 혹은 여관]

서울역 앞에는 모텔이 많습니다. 대부분 밤늦게 서울에 도착하거나 아침 일찍 서울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곳들이지요. 서울역 근처에서 생활하는 여성노숙인 미미씨도 근처 모텔을 종종 이용합니다. 그러나 미미씨가 모텔에 가는 이유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모텔을 이용하는 이유와는 조금 다릅니다.

# 1. 미미씨는 돈이 생기면 하룻밤이라도 노숙에서 벗어나 편히 쉬기 위해 근처 모텔에서 밤을 보냅니다. 미미씨가 종종 이용하는 서울역 건너편 모텔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곳은 아닙니다. 주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방을 빌려주는, 하루에 만오천원 짜리 모텔이지요. 일용직으로 일하며 일당으로 생활하는 미미씨는 한꺼번에 월세를 내기 어려워 일세 개념의 쪽방이나 찜질방, 모텔을 이용하는데, 그 중에서 모텔은 근처 쪽방보다 안전하고 찜질방보다 조용해서 미미씨가 선호하는 곳 입니다.


# 2. 미미씨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모텔에 가기도 합니다. 잠자리를 해결하기 위해 숙식을 제공하는 일자리가 필요한 노숙인 미미씨에게 모텔의 야간근무당번직이나 청소일은 꼭 맞는 일입니다. 미미씨는 모텔에서 일하는 동안 고된 야간근무와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건강이 많이 나빠졌지만 노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모텔일은 미미씨에게 만족스러운 일터입니다.

# 3. 때때로 미미씨는 길거리 성매매로 만난 낯선 이와 밤을 보내기 위해 근처 모텔에 가기도 합니다. 이 때 미미씨가 성구매자로부터 얻는 대가는 하룻밤 몸을 뉘일 수 있는 모텔 방 한 칸 뿐 입니다. 이런 조건의 거래는 일반적인 성산업 구조 안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지만, 당장 밤을 보낼 공간이 절박한 노숙인 미미씨는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낯선 이와 모텔에 갈 때면 미미씨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기도 합니다. 성구매자로부터 어떤 학대나 폭력이 있어도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이나 자원이 전혀 없기 때문에 미미씨는 낯선 사람과 모텔에서 밤을 보내는 것이 두렵고 내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숙을 피하려면 위험을 감수하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현실에서, 미미씨는 두려움과 불안을 애써 무시하며 또 다시 낯선 이와 모텔에 들어갑니다.      
                                                                                                                   
두나





  

                                                                      

★ 조선족 여성노동자의 [모텔 혹은 여관]

대한민국 상당수 모텔의 청소 노동자들은 조선족 여성들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모텔주인들은 한국인들보다 조선족 여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서툴더라도 투숙객을 상대하는 업무를 담당하지 않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고 여겨진다. 많은 모텔 청소 노동자들이 조선족 여성들임에도 불구하고 투숙객들은 깨끗하게 세탁된 시트와 목욕탕에 비치된 새 수건을 보며 조선족 여성의 노동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투숙객들의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주인으로부터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사용하도록 지시받기 때문이며, 모텔에서 숙식을 한다 하여도 잘 눈에 띄지않는 작은 쪽방에서 기거하곤 하기 때문이다. 숙박보다 대실이 많은 모텔의 경우, 이들은 하루에 적게는 30번, 많게는 60번 이상의 방청소를 한다. 이들의 노동 환경을 구성하는데 특징적인 것은 대실되었던 방 청소를 하며 반복적으로 접하는 모텔 안의 섹스 흔적들이다. 투숙객이 투숙할 세시간 정도의 대실 시간이 지나면 그녀들은 또 새로운 시트와 수건을 들고 청소 할 방을 향한다. 불경기를 모를정도로 모텔 영업은 잘 되는데 반해,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음지의 장소로 여겨지는 모텔방 안의 적나라한 풍경은 조선족 여성들의 노동 현장이다.

투숙객들은 방을 청소하는 조선족 여성들의 존재를 쉽게 인식하지 못하고, 모텔에서 일하는 조선족 여성들은 투숙객 대신, 투숙객이 남겨놓은 '대실'룸의 흔적들을 접한다. 모텔에서 매일 일어나는 숨바꼭질이지만, 같은 시공간에 머무는 조선족 여성노동자와 모텔 투숙객의 경험들은 쉽사리 만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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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다크 09-06-09 02:52  
그런데..등산가방을 멘 중년들은 일요일에 왜 거기에 있는건가요? ;; ( 난 왜 모르지.ㅜ)
신기루 09-06-12 12:47  
등산가는 것 처럼 하고 모텔에 오는 거죠~
반차별 09-06-17 14:10  
혹은 등산다녀와서 모텔에 갈수도?
09-06-25 07:53  
맨 마지막 글 참 가슴 무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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