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별공동행동

                                      난다

저는 청소년인권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활동을 시작한 지 오래되진 않았어요. 올해부터 시작했으니, 1년이 채 안 되었지요. 제가 활동을 시작한 건, '불편함' 때문이었어요. 나는 하루종일 학교에 아무 이유 없이 갇혀있었고, 앉아서 교과서를 보고 있지만 그 교과서는 나에게 아무런 말을 해줄 수 없는 것이었고.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매를 들고 서있는 교사들과 마주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교복을 다시 가다듬고, 가방끈을 다시 부여잡는 나. 그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발견할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속에 섞여 들어가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을 때. 그런 답답함, 불편함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학교를 나왔고, 어쩌다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권'이라는 걸, 하나로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 사회의 불편한 것들에 저항하는 목소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저항의 목소리'를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요.

'세계인권선언'도 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인권의 목소리를 직접 선언으로 남기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했던 것이었지요. 하지만 세계인권선언을 만들었던 그 당시에는 '이곳저곳' 여러 곳의 목소리를 모두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오늘 저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군데군데 불편한 것들이 보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제공되는 교육의 종류를 선택함에 있어서 우선권을 가진다." 라는 조항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자녀'는 대부분 청소년을 의미하는 것일 텐데, 청소년이 받는 교육을 청소년이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부모와 함께 상의해볼 수는 있겠지만, 우선권은 '청소년' 당사자에게 있어야지요.

세계인권선언에서는 '모든 사람은' 이라고 시작해서,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권리-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정말 지극히 당연한 권리인지라 이 권리조차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나면서 씁쓸하기도 했지요.
세계인권선언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권리 협약'에서도 군데군데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협약에서는, '만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을 '아동'으로 정의하고 있어요. 이 협약은 정말 아동에게 꼭 필요한 권리, 아동에게 더 필요한 권리를 잘 얘기하고 있으면서도, 아동의 '성적 권리'에 대해서는 꺼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음란한/외설스러운 곳은 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의 내용이 있는데, 물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일방적인 착취는 막아야겠지만, 아동에게 무조건 '쉬쉬'하는 것 또한 아동을 무성적 존재로 취급하여, '권리' 또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어른들은 조언이나 안내를 해주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지, 어느 누구도 어떤 사람의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이런 점에서, '아동/청소년 권리 협약'은 조금 아쉬워요. 

활동을 하면서,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불편한 것들'을 외면하지 말자- 였어요. 하지만 이 세상에는 불편한 것들이 참 많더라구요. 그리고 불편한 것들의 대부분은, 자기들을 불편하게 느낄 수 없게 만들기 위해, 자연스럽게 우리들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제가 학교를 떨치고 나오게 만든 '입시교육'이나 '학교 교칙'들, 이런 것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인권', '권리'. 이런 단어들은 사실 '현장의 얘기'라고 생각해요. 지금 청소년들이 어떤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등등에 대한 정말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권리를 담을 수 있는 '생생한' 인권선언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