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별공동행동

성소수자는 '모든 사람, 누구도, 아무도, 누구나'에 들어가는가? 

올해로 세계인권선언문이 채택된 지 60주년이라고 한다. 다양한 곳에서 인권선언문과 관련한 행사들이 벌어지고, 사무실에 걸려있는 한 제약회사의 달력에도 덩그라니 세계인권선언일이 표시되어 있는 걸 보니 꽤나 중요한 선언 같다. 이런 생각들 때문일까? 내가 태어나기 오래 전에 만들어진 인권선언문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느낌이 남 달랐다. 이런 것이 있었네? 라는 생각과 선언대로 세상이 돌아갔다면 지금처럼 이리 팍팍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선언문을 읽을수록 대상을 지칭하는 '모든 사람, 누구도, 아무도, 누구나'에 성소수자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해석을 넓게 보자면 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이 포함되었겠지만, - 인권선언문이 만들어진 그 시대에 과연 성소수자도 포함했을까? 라는 의구심이 더 크게 들기는 한다. 굳이 인권선언이 탄생한 배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언이 채택되어진 그 시대에는 오죽했으랴는 짐작과 제16조를 읽으면서는 생각이 아니라 확신이 들었다. ‘가정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집단 단위로서...’의 문구를 보면, 동성애를 자연을 역행하는 행위, 동성애자를 신의 섭리를 거역하는 존재라고 말하면서 여전하게 성소수자를 줄기차게 차별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며느리가 남자라니...’로 요약되는 이성애자 남녀의 결합만을 정상인 것처럼 말하고, 그 정상인들이 결혼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가정’임을 내세우는 이들이 여전한 것을 보면 인권선언문에서 지칭되는 '모든 사람, 누구도, 아무도, 누구나'에는 당연하게도 성소수자들은 포함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언은, 혹은 나의 고민은?

지금 이 글을 고민하면서 ‘어려워, 어려워’하던 차에 상담 전화가 한통 왔다. 처음엔 퀴어커뮤니티 여기저기를 문의하다가 ‘왜 친구사이는 성소수자 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하지 않는냐? 장애인들 중에도 성소수자가 있을 터인데, 그들을 위한 일들은 별로 없는 거 같다’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지만-왜 난 짜증부터 났을까?-, 듣다보니 그의 말이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친구사이가 모든 일을 할 수 없지 않냐고 되묻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머리를 굴리며 대답을 생각했다. 그러나 마땅한 말이 없었다. 기껏 생각해서 ‘그런 분들이 자주 친구사이를 오셔서 이야기를 해주시면 많은 일들을 해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라고 했다. 전화를 끓고도 한참을 쪽팔려했다. 장애인 접근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무실에서 왜 오지 않냐고 다그치다니... 이런...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고민이 들었다. 난 지금 누구를 위해 누구를 배제하는가? 난 지금 무엇을 위해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가? 언제나 최선을 다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혹은 우리가 놓치는 것들. 행여 나중에는 더 좋아지겠지, 누군가가 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나만의 차별순위를 매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인권선언 60주년에 지독한 고민 속에서 우리가 우리의 인권선언이 만드는 것처럼 모든 일을 지독하게 고민하면서 할 수는 없겠지만, 언제든 마음속에 담아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효율성, 혹은 우선순위라는 것들로 인해서 누군가를 차별, 배제 시키거나 아직은 때가 아니야 라는 생각으로 중요한 문제를 덮어두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비록 후에 우리가 만든 선언문이 폐기 되는 한 이 있어도 지금 현재 우리 모두의 의견을 담은 그런 선언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