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별공동행동

바야흐로 본격적인 ‘차별의 시대’ 막이 올랐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기가 차거나 도저히 눈뜨고 볼 수만은 없는 수많은 차별들이 존재했었죠.

장애인들이 다닐 수 없도록 만들어진 거리들이며, 여성이라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노동시장, 이주 노동자라서 목숨을 내 놓고 일을 해야 하는 현실들하며, 열거 하자면 끝도 없을 만큼 수많은 차별들이 알록달록 우리의 일상을 수놓았었지요. 그러나 지금 2008년, 우리에게 다가온 차별들은 그 전하고는 또 다릅니다. 한국이란 사회에서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다른 문제들- 공기업의 민영화, 인터넷과 언론 검열, 대운하 사업과 그린벨트 규제 완화, 대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 등- 과 맞물려 차별이란 것은, 그 이전 보다 훨씬 복잡해 졌을 뿐 아니라, 차별 정도도 지독해 졌습니다. 비정규직, 간접 고용이라서 3개월짜리 노동자로 살기 뭐 같아서 때려 치려고 했더니, 다른 일자리는 있지도 않는 상황이라던가, 학력이라도 높이면 좀 나으려나 싶어 대학교에를 갔더니 600만 대졸 실업자들이 줄 서 있는 현실 등, ‘여성이라서, 장애인이라서, 이주 노동자라서, 성소수자’라서 라는 차별의 근거를 새삼 들먹일 필요도 없을 만큼, ‘무차별적인 차별’이 많은 사람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들을 빼앗고 있습니다. 아무렴요, 이런 현실을 그냥 넘길 수는 없습니다. 이것들을 꼬박꼬박 기억하고 꼬집어 이야기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게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차별을 현실에 주눅 들지 않고 똑똑히 알고 같이 비웃고 억장 무너지게 웃으며 싸울 수 있는 계기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런 기가 차는 상을 제정하게 되었습니다. 살다 살다 참말로, 너 같은 차별은 처음 본다 하는 많은 분들의 열성적인 참견을 기대하겠습니다.

살다 살다 너 같은 차별은 처음 상
영예의 첫 번째 수상은?

"KTX (Korean Train Express) 한국 고속 철도" 가 차지했습니다.


수상 배경

뭐니 뭐니 해도 KTX 하면, 한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문제를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사업장으로 유명하지요. 지난 2006년,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유통은 4월 13일자 등기우편을 통해, 정리 해고를 통고 했습니다. 그 당시 사측의 정규직화 약속을 지키라며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던 KTX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측과의 교섭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돌아온 것은 어처구니없는 해고 통지였습니다. 이후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우는 여성노동자들에게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유통은 ‘계약 기간이 끝났다’, ‘외주 용역 회사에 가서 이야기해라’라는 식으로 발뺌하고 나도 모르쇠도 일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와 사법기관, 의회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 하겠다’라는 말잔치만 요란한 상황이지요. 한 술 더 떠 공권력은 거짓말하고 약자라 함부로 대하는 사측은 가만히 놔두고, 정당한 권리를 달라고 이야기하는 여성노동자들을 연행하고 가두는 데만 열심입니다. ‘노동 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학자들은 사람 사는 문제에 관심도 없는 것인지...똑같이 일하는 데도 정규직, 비정규직 이름만 차이가 있을 뿐인데, 이를 근거로 기본적인 노동권을 무시하는 차별을 떳떳하게 저지르고 있는 현실은 ktx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륭전자나 이랜드 같은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도 똑같이 하고, 일을 지시하고 감독하는 회사도 똑같은데, 정규직이 아니니까 말없이 해고당해도 싸고, 인간 이하의 대접과 처우도 감당해야 한다니,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싶습니다. 살다 살다 기가 차는 많은 차별 중 ‘전 세계적’인 차별의 선도주자 ktx 에게 최고의 상을 줄 수 밖 에 없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러면 이런 차별을 저질러 놓고도, 세계적 수준의 ‘꿈의 열차’ 라고 이야기하는 ktx 얼마나 대단한 열차인지 한 번 들춰 보니, 새마을호 무궁화호 다 1~3급 장애인과 보호자 1인 포함 50% 할인인데, ktx는 예외라고 합니다. ktx 가 무슨 용가리 통뼈랍니까, 다른 열차 다하는 장애인 할인을 시행하지 않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서민들의 대중교통 수단을 ‘고급화’ 하겠다는 것이라면, 다른 열차보다도 장애인 할인율을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말입니다, 갸우뚱. 게다가사회적 소수자인 청소년에 대한 할인도 지난 2006년도에 없앴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없는 청소년과 장애인에게 할인을 적용하여 사회적 이동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요. 차별 감수성 제로인 ktx가, 대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야말로 사람들의 보편적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걸 아는 건, 매우 힘든 일이겠지만요. 게다가 장애인 승차할 수 있는 좌석은 기차 한 대에 달랑 2대 뿐이라고 하니 ktx가 말하는 꿈이란 바로 악몽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열차 배차에서 ktx 의 비중은 나날이 높아집니다. 열차 예매를 위해 열차 시간표를 보니,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는 없고  빨간 색으로 표시된  ktx 천집니다. 비싼 ktx 요금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단순히 ‘시간을 단축하는 속도’의 서비스를 이용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교통수단을 동일한 시간에 이용할  권리마저 박탈당하게 되는 셈.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ktx야말로, 살다 살다 이런 차별 처음 상의 첫 번째 수상자로 손색이 없네요. 그 모습도 가지가지, 주렁주렁 차별을 달고 달리는 ‘악몽열차 열차ktx야~’, 진짜 살다 살다 너 같은 차별은 처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