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별공동행동

우선은, 각 단체들에서 활동해온 경험을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첫 번째 문제의식은, 우리가 피해나 차별을 이야기 하면 사회는 피해자를 '불쌍히'’ 여길 뿐, 피해자의 삶의 모습은 그 '시혜적 시선'에 가려진다는 점이었다.

그 예로, 얼마 전 촛불시위에서 연행된 청소년인권활동가가 있었는데 '집에 가고 싶다고 울부짖는 여중생'이라는 타이틀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 활동가는 왜 촛불집회에 참가했는지는 전혀 말할 수 없었던 경험을 공유하였다.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은, 소수자의 인권침해 사실을 사회에 알리는 주요하고 효과적인 방식일 수 있지만, 오히려 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임을 확인하며, 사회의 고정관념에 맞추어야만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모순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반차별 상상더하기에 참여하였던 많은 단체들이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성폭력피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성폭력 피해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에 맞추어 획일화된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성폭력을 사회적 '문제'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음을 짚었다. 장애여성 공감의 경우 여성, 비혼, 성소수자로서도 당당히 살아가고 있는 장애 여성의 모습을 드러내길 원하지만 사회에서 요구되는 모습은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서의 모습이다.

피해이든, 차별이든 그것들은 모두 개인이 경험하는 '삶'의 문제이다.

따라서 하나의 구호나, 하나의 전형(stereotype)으로 깔끔하게 정리될 수 없다. 매우 복잡하고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그 삶의 복잡함, 모순과 갈등을 드러내는 것이 '전형적 피해자'로만 차별을 인정해주는 사회의 시선과 싸우는 길은 아닐까?

한편, 피해를 어떻게 말할 것인지 말하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듣는 것'에 대한 세팅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가 중요하다는 제안도 있었다. 말하는 방식, 어떻게 잘 들리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다양한 단체들의 활동 경험 속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문화적인 코드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영화나 전시, 혹은 축제의 방식으로도 드러냈던 이야기들은 흥미롭다. 주체가 된 피해자들 혹은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드러내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이다.

물론 많은 차별 이슈들은 문화적인 방식으로 목소리를 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제도나 정책을 바꾸는 활동도 같이 진행될 수 있어야 하지만 사회의 인식을 바꾸어 나가며 듣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 단순히 피해자로만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삶에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변화되기를 원하는 주체들이라는 사실은 앞으로 사업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도 이런 피해자를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언어는 부재하다.

이날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이전에도 운동의 과정 속에서 계속 고민되던 지점이다.

하지만 우리의 문제의식이 서로의 활동에 닿아있음을 공유하고, 이 문제가 우리 운동의 '진정성;까지 훼손하는 달콤한 미끼, '피해자화'라는 사회의 시선과 싸워야하는 것임을 이야기하는 자리로서 뜨거워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앞으로 피해와 차별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드러낼 수 있도록 각자의 운동 속에서 그리고 반차별 공동행동에서 고민되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