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별공동행동

'배제된 국민'들이 촛불집회에서 목소리를 냅니다

올린 이 : 씨진

올린 날짜 : 2008-06-10

'국민주권',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대통령', '국민의 건강권' 등 '국민'의 이름으로 다양한 요구들이 촛불집회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도 별다른 긴장감없이 그런 말을 할 때가 많습니다만, '국민'이라는 이름을 쓸 때마다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지요. 도대체 '국민'이라고 하는 구성원의 실체는 누구인가?

국적을 기본으로 하는 '국민'이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배제되는 사람은 이주민들이겠지요.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혹은 이주민들의 자녀...광우병 쇠고기가 수입되면 이 땅의 이주민들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집회에서 이주민 중 일부가 자유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촛불집회에서 이주민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쉽지는 않죠. 주말이면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그 많던 이주민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5월~7월은 '불법체류자 집중 단속 기간'이라고 합니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주권'과 건강권을 위해 촛불을 들고 있는 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건강권과 결정권을 주장하지도 못한 채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입니다. 그리고 이 걱정은 걱정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죠.

그리고 이제까지 '국민'에서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배제되어온 사람들이 있지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청소년/녀...이들에게는 동일한 주체로서의 '국민'이 되기 보다는 보호해야 하거나, 있으면서도 없는 듯 혹은 애써 부정하며 무시해야할 주체일 뿐입니다.

촛불에서 '국민'이 계속해서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지속된다면, 과연 촛불 이후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과연 진정 우리가 바라는 인권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국민'이라는 주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집단적으로 정체성을 드러내고 동참하는 것은 좋은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에 지지, 지원하며 연대하고 공동으로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성소수자들이나 에이즈감염인의 경우 집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발언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해 위협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집회 참가자들이 너무나도 다양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 다양성은 한 편으로 폐쇄적인 다양성이기도 하지요. 정말 우리는 다양성을 지지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다양성'에 포함되는 것과 포함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무지개행동이 판을 깔았어요.

무지개행동으로 모인 성소수자들이 무지개깃발과 함께 6월 10일 오늘 6시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모인다고 합니다. 모여서 준비한 유인물도 돌리고, 자유발언도 조직하고, '북치고 장구치며' 놀기도 한다고 합니다. 반차별공동행동에 소속된 단체들도 여기에 결합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주노조에도 제안했습니다. 성소수자들과 함께 여성/장애인/이주노동자 등이 함께 '국민'에 대해 질문하고 사람들에게 소수자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은 즐거운 '커밍아웃'이 될 것 같습니다.

얼마나 모일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늘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긴 합니다. 반차별공동행동에서는 3.8 세계여성의 날과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에도 결합했지만, 오늘은 또 다른 양상인 거 같아요.

단체의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 참가하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라도 소수자들과 함께 '소수자'임을 선언하고 지지/방어하는 것이, 그래도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피켓도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죠.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선전물이면 좋을 것 같네요. 너무 급하게 제안되긴 했습니다만.

오늘, 다시 한번 신나게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따 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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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은 2008-06-11 11:58:38

어제 외노협 활동가들이 30여명이 모였습니다. 5시에 모여 식사를 마치고, 무지개 공동행동 쪽으로 가려 했으나, 이미 광화문은 이동 조차 힘들정도로 자리가 꽉 들어쳤더군요. 그래서 함께하지 못하고 동화면세점 인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지개 공동행동은 자유발언 했는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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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진 2008-06-13 13:34:16

무지개행동은 행진 후 조계사 쪽에서 자유발언?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그런 프로그램을 하고 거기서 끝났어요. 사랑방, 장애여성공감,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이 무지개행동과 함께 행진했습니다.